하나만 고른다면 1:16
숫자 하나만 외우고 싶다면 1:16, 원두 18g에 물 288g입니다. CUP-TIMER에 올라온 뜨거운 핸드드립 레시피 195개의 중앙값이자 가장 많이 쓰이는 비율입니다. 아래 내용은 1:16이 지금 내 원두에 맞지 않을 때 어디로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비율표
원두 무게에 뒤 숫자를 곱하면 물 무게가 나옵니다. 15g은 작은 한 잔, 18g은 표준 한 잔, 25g은 큰 머그나 두 잔 분량으로 보시면 됩니다.
| 비율 | 15g | 18g | 25g | 맛의 방향 | 이 비율을 쓰는 공개 레시피 |
|---|---|---|---|---|---|
| 1:14 | 210g | 252g | 350g | 진하고 걸쭉, 여운이 짧음 | HARIO V60 기본 레시피 — 15g → 210g, 92°C |
| 1:15 | 225g | 270g | 375g | 바디감과 단맛이 앞으로 | 테츠 카수야 4:6 — 20g → 300g, 92°C |
| 1:16 | 240g | 288g | 400g | 균형형, 카탈로그 기본값 | 스캇 라오 V60 — 22g → 352g, 96°C |
| 1:16.6 | 249g | 299g | 415g | 균형형에서 살짝 가벼운 쪽 | 제임스 호프만 V60 — 30g → 500g, 97°C |
| 1:16.7 | 250g | 300g | 418g | 같은 영역, 숫자만 깔끔 | Square Mile V60 — 15g → 250g |
| 1:17 | 255g | 306g | 425g | 차처럼 가볍고 투명함 | Stumptown V60 — 21g → 360g, 96°C |
| 1:18 | 270g | 324g | 450g | 섬세하고 바디는 얇게 | 모모스 1:18 — 18g → 324g, 95°C |
쓰기 전에 두 가지만 짚고 갑니다. 첫째, 이건 추출 비율이지 잔에 담기는 양이 아닙니다. 원두는 자기 무게의 두 배쯤 되는 물을 머금기 때문에 18g을 1:16으로 내리면 실제로 잔에 떨어지는 건 288g이 아니라 250g 언저리입니다. 둘째, 비율이 바꾸는 건 농도지 추출률이 아닙니다. 같은 원두에 물을 더 흘리면 연해지는 동시에 더 많이 추출되기 때문에, 비율과 분쇄도는 늘 같이 움직여야 합니다.
레시피들이 실제로 쓰는 구간
비율표는 보통 1:12에서 1:20까지 펼쳐 놓고 그 전부가 선택지인 것처럼 보여 줍니다. 실제 레시피는 그렇지 않습니다. 뜨거운 레시피 195개를 세어 보면 이렇습니다.
- 1:16 — 39개
- 1:15 — 38개
- 1:16.7 — 31개
- 1:17 — 28개
네 개 값이 195개 중 136개를 차지합니다. 범위를 조금만 넓히면 1:15부터 1:17 사이에 195개 중 158개, 81%가 들어갑니다. 중앙값은 1:16, 평균은 1:15.6이고요. 이 구간 밖은 급격히 얇아집니다. 1:18은 다섯 개뿐이고, 그보다 연한 건 스캇 라오의 트라이콜레이트 1:20과 한국 브루어스컵 대회 레시피 1:20.8, 딱 둘입니다.
네 개의 봉우리 중 하나는 사실 반올림이 만든 착시입니다. 1:16.7짜리 31개 중 12개가 15g → 250g, 11개가 12g → 200g입니다. 누구도 "16.7배"를 의도하지 않았습니다. 떨어지는 원두 양과 떨어지는 물 양을 골랐더니 계산 결과가 1:16.7이 된 거죠. 1:15도 마찬가지여서 38개 중 18개가 익숙한 20g → 300g입니다. 즉 이 봉우리들은 서로 다른 일곱 가지 유파가 아니라, 균형 잡힌 중심 근처에 모인 "쓰기 편한 숫자들"의 뭉치로 읽는 편이 맞습니다.
드리퍼가 비율을 바꿀까
생각보다 덜 바꿉니다. 공개 레시피가 다섯 개 이상인 드리퍼의 중앙값입니다.
| 드리퍼 | 레시피 수 | 중앙값 |
|---|---|---|
| V60 | 105 | 1:16 |
| 칼리타 웨이브 | 14 | 1:16 |
| 오레아 | 11 | 1:16.7 |
| 에이프릴 | 9 | 1:16.7 |
| 케멕스 | 7 | 1:16 |
| 오리가미 | 7 | 1:16 |
| 하리오 스위치 | 6 | 1:15 |
일곱 중 여섯이 0.3 포인트 안쪽에 모여 있습니다. 혼자 튀는 건 1:15인 하리오 스위치인데, 이유가 분명합니다. 스위치는 침지로 내리기 때문에 물이 원두를 비껴가지 않고 전부 접촉합니다. 그만큼 비율을 진하게 잡아 균형을 맞추는 거죠. 반대 방향도 같은 논리입니다. 스캇 라오의 트라이콜레이트 레시피는 20g에 물 400g, 100°C로 1:20입니다. 원추형 드리퍼에서 이 비율이면 밍밍하겠지만, 트라이콜레이트는 바이패스 없이 10분에 걸쳐 물을 전부 원두층으로 통과시키기 때문에 성립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물과 원두가 만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드리퍼가 아니라면, 비율은 드리퍼가 아니라 원두를 보고 정하세요.
로스팅, 도징량, 온도
로스팅 정도는 숫자를 조금 움직입니다. 다만 근거가 앞의 숫자들만큼 두껍지는 않은데, 195개 중 로스팅 단계가 적혀 있는 건 89개뿐이기 때문입니다. 그중 라이트 로스팅 62개의 중앙값은 1:16, 미디엄 로스팅 21개는 1:15이고 평균은 1:14.4까지 내려갑니다. 실제 감각과도 맞습니다. 밀도가 높은 라이트 로스팅은 같은 비율에서 덜 내주니 물을 더 쓰게 되고, 미디엄은 1:17을 넘기면 탁해지기 쉽습니다.
물 온도도 같은 축을 따라 움직입니다. 1:15보다 진한 레시피의 중앙값은 92°C, 1:15~1:17 구간은 93°C, 1:17 이상은 95°C입니다. 연한 비율일수록 물이 뜨겁습니다. 비율만 따로 조정하는 변수가 아니라는 신호죠.
의외로 도징량은 별 영향이 없습니다. 카탈로그 중앙값은 18g이고 10g부터 50g까지 있지만, 양이 많다고 체계적으로 진하게 내리지 않습니다. 케멕스 클래식은 40g에 600g으로 평범한 1:15이고, Sweet Bloom 케멕스는 41g에 700g으로 1:17입니다. 양을 늘릴 때는 비율을 그대로 두고 푸어 횟수를 늘리되, 원두층이 깊어져 배수가 느려지므로 분쇄도만 살짝 굵게 잡아 주세요.
아이스는 표가 따로 있습니다
위 숫자를 아이스에 그대로 가져가면 안 됩니다. 카탈로그의 아이스 레시피 26개는 중앙값이 1:10이고, 그중 14개가 정확히 1:10입니다. 물의 일부가 이미 서버 안에 얼음으로 들어가 있으니, 녹는 만큼을 버틸 농도로 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모스 아이스 1:10은 22g에 물 220g, 98°C로 얼음 위에 내립니다. 뜨거운 표를 아이스에 쓰면 예외 없이 얇고 신 커피가 나옵니다.
표 위에서 움직이는 법
한 번에 하나씩, 그리고 지금 어느 손잡이를 당기는지 알고 바꾸세요.
- 연하고 밍밍하다면? 분쇄도를 만지기 전에 비율을 한 칸 진하게(1:17 → 1:16) 옮기세요. 농도는 비율이 가장 직접적으로 바꿉니다.
- 쓰거나 텁텁하고 속이 빈 맛이라면? 농도가 아니라 추출 문제입니다. 분쇄도를 굵게 하거나 물 온도를 2°C 낮추는 게 먼저고, 비율은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
- 얇으면서 동시에 시다면? 두 손잡이가 다 어긋난 상태입니다. 분쇄를 곱게, 비율을 진하게 같이 가거나 검증된 레시피에서 다시 시작하세요.
- 도징량을 바꾼다면? 비율은 유지하고 분쇄도만 조금 굵게. 원두층이 깊어지면 같은 설정에서도 배수가 느려집니다.
습관 하나만 덧붙이자면, 어떤 원두에서 잘 맞는 비율을 찾았을 때 봉투에 그 숫자를 적어 두세요. 비율은 푸어 스케줄보다 다른 드리퍼로 훨씬 잘 옮겨 갑니다.
이 비율로 바로 내려 보기
표에서 원하는 줄을 골라 타이머로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 HARIO V60 기본 레시피 — 1:14, 15g → 210g
- 테츠 카수야 4:6 — 1:15, 20g → 300g
- 칼리타 웨이브 기본 — 1:16, 25g → 400g
- 스캇 라오 V60 — 1:16, 22g → 352g
- 제임스 호프만 V60 — 1:16.6, 30g → 500g
- Stumptown V60 — 1:17, 21g → 360g
- 모모스 1:18 — 1:18, 18g → 324g
- 모모스 아이스 1:10 — 1:10, 22g → 220g, 얼음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