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로스팅 단계에 따라 바꿔야 하는 건 흔히 알려진 것보다 적고, 바꿔야 할 항목도 다릅니다. CUP-TIMER에 올라온 뜨거운 레시피 중 라이트 또는 미디엄 로스팅이 명시된 83개를 세어 보면, 두 그룹을 가장 크게 가르는 건 물 온도가 아니라 비율입니다. 라이트는 중앙값 1:16, 미디엄은 1:15입니다.
라이트 62개, 미디엄 21개를 한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라이트 | 미디엄 | |
|---|---|---|
| 비율 중앙값 | 1:16 | 1:15 |
| 물 온도 중앙값 | 93°C | 93°C |
| V60만 볼 때 온도 중앙값 | 94°C | 93°C |
| 가장 흔한 분쇄도 | 중세(60개 중 25개) | 중간(21개 중 10개) |
| 추출 시간 중앙값 | 2분 45초 | 3분 |
| 96°C 이상 레시피 | 58개 중 9개 | 21개 중 3개 |
세 번째 줄을 한 번 더 보시면 좋겠습니다. 같은 드리퍼에서 라이트와 미디엄의 온도 차이는 1도입니다.
온도: 생각보다 차이가 없습니다
라이트는 끓는 물에 가깝게, 미디엄은 90도 언저리로 낮춰서. 흔히 이렇게들 말하지만, 로스터리와 챔피언들이 실제로 공개한 레시피는 그렇게 쓰지 않습니다.
라이트 레시피의 온도는 80도부터 100도까지 퍼져 있지만 가운데가 두껍습니다. 온도가 명시된 58개 중 23개가 92~93도에 몰려 있고, 96도 이상은 9개뿐입니다. 미디엄은 더 좁아서 21개 중 12개가 92~93도입니다. 드리퍼 변수를 없애고 V60만 따로 보면 라이트 31개의 중앙값이 94도, 미디엄 9개가 93도입니다.
재미있는 건 예외가 양쪽으로 다 있다는 점입니다. 도쿄의 Glitch Hot Drip V60은 라이트 원두를 88도로, 16g에 물 260g(1:17)을 2분 30초 동안 내립니다. 섬세한 원두가 날카로워지지 않게 일부러 온도를 낮춘 쪽입니다. 반대로 Stumptown V60은 미디엄 원두를 96도로, 21g에 360g을 3분간 내립니다.
정리하면 온도는 로스팅 단계에 따라 껐다 켜는 스위치가 아니라 미세 조정 손잡이입니다. 어떤 원두든 93~94도에서 시작하고, 맛을 보면서 1~2도씩 움직이세요. 단단한 라이트 원두가 밍밍하고 시게 나오면 온도를 올려 추출을 더 끌어내고, 거칠거나 텁텁하면 내려서 붙잡습니다.
비율: 여기서 진짜 차이가 납니다
두 그룹이 확실히 갈리는 항목입니다. 라이트 레시피 62개 중 34개가 1:16 이상(더 연한 쪽)이고, 끝에는 모모스 1:18처럼 18g에 324g을 95도·굵은 분쇄로 2분 20초에 마무리하는 레시피까지 있습니다. 미디엄은 21개 중 1:16에 닿는 게 7개뿐이고, 3분의 1은 1:15보다 진하게 내립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라이트 원두는 산미와 과일 뉘앙스가 살아 있어서 연한 비율이 그 결을 펼칠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같은 원두를 1:14로 내리면 밝다기보다 시고 답답하게 뭉치기 쉽습니다. 미디엄은 향의 디테일을 조금 내주는 대신 바디와 단맛을 얻은 상태라 살짝 진한 비율이 더 잘 어울립니다.
감을 잡기 좋은 두 레시피를 붙여 보겠습니다. 라이트는 팀 웬델보 푸어오버 — 32g에 500g(1:15.6), 94도, 중세 분쇄, 총 3분 30초. 미디엄은 칼리타 웨이브 155 — 15g에 240g(1:16), 93도, 중간 분쇄, 총 3분. 숫자만 보면 비슷하지만, 라이트 쪽은 더 곱게 갈아 놓은 층에 3분 30초 동안 물을 통과시키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미디엄 그룹에는 Blackup Mono Bypass V60처럼 1:13.3·83도로 진하게 뽑고 나중에 물을 타는 바이패스 레시피가 섞여 있습니다. 미디엄의 평균 비율이 중앙값보다 더 진하게 보이는 건 이 레시피들 때문입니다.
분쇄도와 시간: 로스팅보다 추출의 문제
분쇄도는 통념이 그나마 맞아떨어지는 항목이지만, 어디까지나 경향입니다. 분쇄도가 적힌 라이트 레시피 60개 중 25개가 중세 이하로 곱게, 16개가 중조 이상으로 굵게 갑니다. 미디엄은 21개 중 10개가 그냥 '중간'에 모여 있습니다.
물리적으로도 말이 됩니다. 라이트 원두는 밀도가 높고 잘 녹지 않아서 같은 양을 내주려면 표면적과 접촉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미디엄은 조직이 더 열려 있어 쉽게 내주기 때문에, 같은 분쇄도로 내리면 과추출로 넘어가 쓴맛이 먼저 올라옵니다.
추출 시간도 중앙값은 2분 45초(라이트) 대 3분(미디엄)으로 갈리지만, 그룹 안의 편차가 그룹 사이의 차이보다 훨씬 큽니다. 라이트 레시피만 봐도 1분 40초부터 6분 50초까지 있습니다. 시간은 원두 양·드리퍼·분쇄도가 만들어 내는 결과지 목표가 아닙니다. 시간을 맞추려 하지 말고 맛을 맞추세요. 시계는 내 분쇄도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려 주는 계기판에 가깝습니다.
라이트 원두 잡는 순서
- 1:16, 93~94도, 중세로 시작합니다. 18g이면 물 288g입니다. 스캇 라오 V60이 이 구간의 깔끔한 기준점입니다. 22g에 352g, 96도, 중세, 3분.
- 신맛과 얇은 바디부터 확인합니다. 둘 다 미추출 신호이고, 단단한 라이트 원두에서 가장 흔한 실패입니다.
- 먼저 분쇄도를 조입니다. 한 클릭 곱게 가는 쪽이 온도 2도보다 추출을 크게 움직입니다.
- 그다음이 온도입니다. 곱게 갈았더니 물 빠짐이 막히기 시작하면 한 클릭 되돌리고 대신 2도를 올립니다.
- 밝긴 한데 비어 있다면 오히려 연하게. Counter Culture V60처럼 1:17로, 30g에 500g을 93도로 3분 45초에 내려 보세요. 같은 층에 물을 더 흘리면 추출은 늘고 농도는 내려갑니다. 고지대 워시드 원두가 자주 원하는 방향입니다.
같은 조건의 레시피는 V60 라이트 로스팅 허브에 모여 있습니다.
미디엄 원두 잡는 순서
- 1:15, 92~93도, 중간 분쇄로 시작합니다. 20g이면 물 300g, 기본 V60 레시피가 정확히 이 설정입니다. 20g에 300g, 92도, 3분.
- 쓴맛과 텁텁함부터 확인합니다. 미디엄이 라이트보다 먼저 도달하는 과추출 신호입니다.
- 굵게 갈고, 그다음 1~2도를 내립니다. 테츠 카수야 4:6이 이 원리로 만들어진 레시피입니다. 20g에 300g(1:15), 92도에 일부러 굵은 분쇄로 3분 30초에 걸쳐 나눠 붓습니다.
- 쓴 게 아니라 밋밋하다면 비율은 두고 푸어 횟수를 줄입니다. 크게 몇 번만 부으면 교반이 줄어 로스팅 향이 덜 끌려 나옵니다.
- 용량을 키우면 층도 깊어집니다. 제임스 호프만 케멕스는 30g에 500g(1:16.7), 94도로 5분을 쓰고, 깊어진 층이 막히지 않도록 중조 분쇄를 씁니다.
나머지는 V60 미디엄 로스팅 허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무엇부터 바꿀 것인가
하나만 가져가신다면 순서를 기억하세요. 비율이 로스팅 단계가 원하는 성격을 정합니다. 라이트는 1:16에서 더 연한 쪽으로, 미디엄은 1:15에서 더 진한 쪽으로. 분쇄도는 그렇게 내린 잔의 맛을 보고 쓰는 교정 손잡이입니다. 온도는 마지막 5%라서 한 번에 1~2도면 충분하고, "라이트는 끓는 물" 식의 6도 점프가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로스팅 단계가 적혀 있지 않은 원두를 샀다면 1:16, 93도, 중세로 한 잔 내려 놓고 거기서 출발하세요. 공개 레시피들이 알려 주는 두 그룹의 정직한 무게중심이 그 근처입니다.
바로 내려 볼 레시피
- 팀 웬델보 푸어오버 — 라이트, 32g/500g, 94°C
- 스캇 라오 V60 — 라이트, 22g/352g, 96°C
- 모모스 1:18 — 라이트, 18g/324g, 95°C
- 테츠 카수야 4:6 — 미디엄, 20g/300g, 92°C
- Stumptown V60 — 미디엄, 21g/360g, 96°C
- 칼리타 웨이브 155 — 미디엄, 15g/240g, 93°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