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평평한 베드, 두 번의 버전
오레아 V3와 V4는 같은 아이디어를 두 번 구현한 드리퍼입니다. 넓고 평평한 커피 베드에, 푸어링 기술보다 분쇄도가 결과를 더 크게 좌우할 만큼 빠르게 빠지는 바닥을 얹었습니다. CUP-TIMER 카탈로그에는 오레아 레시피 12종이 등록돼 있는데, 한 표에 모아 놓고 보면 일관된 하우스 스타일과 V3·V4가 실제로 갈라지는 지점이 함께 드러납니다.
평평한 베드가 바꾸는 것
원뿔형에서는 커피가 가운데에 깊게, 가장자리에 얕게 쌓입니다. 그래서 중앙에 부은 물은 두꺼운 커피층을 통과하고, 벽을 타고 흐른 물은 거의 통과하지 않습니다. 평평한 베드는 이 불균형을 줄입니다. 베드 두께가 어디서나 비슷하니 물이 표면 전체를 비슷한 속도로 지나가고, 그래서 플랫 계열 드리퍼는 화려하기보다 재현성이 좋은 쪽으로 맛이 잡힙니다.
대신 배수가 빠릅니다. 바닥 면적이 넓은 데다 오레아의 베이스 자체가 물을 잘 흘려보내기 때문에, 접촉 시간을 드리퍼 구조에서 벌어 오기가 어렵습니다. 오레아에서 그 역할을 하는 변수가 분쇄도입니다. 카탈로그를 보면 오레아 레시피는 거의 전부 1분 40초에서 3분 10초 사이에 끝나고, 가장 빨리 끝나는 쪽이 오히려 가장 굵게 갈린 레시피입니다. V60만 쓰던 분에게는 뒤집힌 감각입니다.
칼리타 웨이브를 써 보셨다면 평평한 베드와 고르게 붓는 감각은 그대로 가져오시면 됩니다. 다른 점은 배수 속도입니다. 웨이브는 주름 필터와 세 개의 다리가 물을 붙잡아 두지만, 오레아는 평평한 필터가 바닥에 그대로 닿아 물을 놓아 줍니다.
V3와 V4, 공식 레시피의 숫자 차이
V4는 V3의 후속 버전이고, 오레아가 내놓은 레시피 카드도 둘을 전혀 다른 기구가 아니라 가까운 형제로 다룹니다. 공식 레시피 두 개를 나란히 놓아 보겠습니다.
- OREA V3 Base One — 12g에 물 200g, 비율 1:16.7, 96°C, 중간 분쇄 20~24클릭, 총 2분 30초
- OREA V4 Easy Does It — 16g에 물 260g, 비율 1:16.3, 94°C, 중조 분쇄 22~26클릭, 총 3분 00초
비율대는 거의 같은데, V4 카드가 도징은 3분의 1가량 많고 온도는 낮으며 시간은 30초 더 깁니다. 또 다른 V4 레시피인 Orea V4 Standard는 같은 방향으로 한 걸음 더 갑니다. 18g에 288g, 1:16, 93°C, 중간 분쇄, 3분입니다.
묶어서 읽으면 V4 레시피는 도징을 키우고(16~18g 대 V3의 12g), 물 온도를 낮추고(93~94°C 대 96°C), 시간을 늘리는 쪽으로 정리됩니다. V3 레시피는 작고 뜨겁고 빠른 쪽입니다. 두 기구 사이에서 레시피를 옮길 때는 이 축, 즉 '도징 올리고·온도 내리고·시간 늘리기'를 기준으로 조정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집에서 측정할 수 없는 하드웨어 차이를 추측하는 것보다 훨씬 실용적입니다.
오레아 레시피 12종 한눈에
| 레시피 | 비율 | 커피 → 물 | 온도 | 분쇄도 | 시간 |
|---|---|---|---|---|---|
| OREA V3 Base One | 1:16.7 | 12g → 200g | 96°C | 중간, 20~24클릭 | 2분 30초 |
| Orea BASE ONE | 1:16.7 | 12g → 200g | 95°C | 중간, 24클릭 | 2분 15초 |
| OREA V4 Easy Does It | 1:16.3 | 16g → 260g | 94°C | 중조, 22~26클릭 | 3분 00초 |
| Orea V4 Standard | 1:16 | 18g → 288g | 93°C | 중간 | 3분 00초 |
| Orea Easy Does It | 1:12.5 | 16g → 200g | 94°C | 중조, 28클릭 | 3분 10초 |
| Orea Clarimento Hot | 1:16.7 | 15g → 250g | 92°C | 중조, 1000~1100µm | 2분 45초 |
| Orea Hyangcho | 1:16.7 | 12g → 200g | 92°C | 중조, 29클릭 | 1분 40초 |
| Orea DARA | 1:17 | 10g → 170g | 92°C | 중간, 24클릭 | 1분 50초 |
| Assembly Coffee Orea | 1:16.7 | 15g → 250g | 98°C | 중세 | 2분 30초 |
| Martin Wölfl WBrC 2024 | 1:15.9 | 17g → 270g | 93°C | 중세, 21~25클릭 (490µm) | 2분 20초 |
| Shih Yuan Hsu WBrC 2022 | 1:14.3 | 14g → 200g | — | — | 2분 00초 |
| Orea Clarimento Iced | 1:9.4 | 17g → 160g | 92°C | 중간, 850~900µm | 2분 15초 |
맨 아래 두 개의 예외를 잠시 빼고 보면 패턴이 꽤 좁습니다. 12종 중 8종이 1:16~1:17 구간에 모여 있고, 9종이 3분 미만에 끝납니다. 응용 폭이 넓은 기구치고는 상당히 정돈된 하우스 스타일입니다.
결국 분쇄도가 일한다
12종 중 9종이 그라인더 설정을 명시하는데, 표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이 분포입니다. 가는 쪽은 20~24클릭, 굵은 쪽은 29클릭이고, 두 레시피는 아예 입자 크기를 적어 두었습니다. 뵐플 레시피가 490µm, 클라리멘토 핫이 1000~1100µm입니다. 한 기구에서 쓰이는 범위치고는 대단히 넓습니다.
다이얼을 돌리기 전에 두 가지만 짚겠습니다. 첫째, 클릭 수는 그라인더마다 다릅니다. 어떤 그라인더의 24클릭이 다른 그라인더의 24클릭과 같지 않으니, 절대값이 아니라 그 레시피 안에서의 상대적 위치로 읽으셔야 합니다. 둘째, 그라인더가 보정돼 있다면 따라갈 값은 마이크론 쪽입니다. 두 값의 간격이 시간 차이를 그대로 설명합니다. Orea Hyangcho는 29클릭에서 1분 40초에 빠지는데, 더 가늘게 간 뵐플 레시피는 물을 70g 더 붓고도 2분 20초를 버팁니다.
실전으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오레아로 내린 커피가 얇고 시다면 다른 걸 건드리기 전에 분쇄도를 가늘게 하세요. 반대로 물이 고이고 마르고 쓴맛이 돈다면 굵게 하시면 됩니다. 배수가 빠른 평평한 베드에서는 푸어링 기술보다 분쇄도가 컵을 더 크게 움직입니다.
온도는 생각보다 낮게 잡는다
카탈로그의 온도는 92°C에서 98°C 사이인데, 분포가 한쪽으로 쏠려 있습니다. 4종이 92°C에 몰려 있고, 98°C는 로스터리 레시피 한 건뿐입니다. 유속을 강하게 조이는 드리퍼에서 흔히 보는 '끓는 물' 계열과는 확실히 다른 온도대입니다.
이유는 분쇄도와 맞물려 있습니다. 이미 중조로 갈아 배수 시간을 확보한 레시피에 물 온도까지 96~100°C로 올리면 과하게 넘어갑니다. 바디는 안 붙고 거친 맛만 올라옵니다. 반대로 뜨겁게 가는 레시피는 다른 쪽에서 균형을 잡습니다. Assembly Coffee의 오레아 레시피는 98°C에 중세 분쇄를 물려 15g에 250g을 내립니다. 표 전체에서 온도와 분쇄 미세도가 같이 올라가는 유일한 조합입니다.
처음 만나는 라이트 로스팅 원두라면 94°C에 중간 분쇄로 시작하시고, 온도는 분쇄도가 자리를 잡은 다음에 건드리시길 권합니다.
대회·로스터리 레시피가 알려 주는 것
카탈로그에서 오레아로 내린 대회 레시피는 두 건인데, 공교롭게도 비율 패턴을 가장 크게 벗어난 두 건이기도 합니다.
Martin Wölfl의 2024 월드 브루어스컵 레시피는 17g에 270g, 1:15.9, 93°C, 490µm로 측정된 중세 분쇄에서 2분 20초에 마칩니다. 표에서 가장 가는 분쇄인데 온도는 평범합니다. 열이 아니라 입자 크기로 클래리티를 가져가는 설계입니다.
Shih Yuan Hsu의 WBrC 2022 레시피는 반대쪽입니다. 14g에 200g, 1:14.3을 정확히 2분에 끝냅니다. 등록된 오레아 핫 레시피 중 가장 진한 비율입니다. 다만 이 항목에는 분쇄도와 온도가 기록돼 있지 않으니, 비율과 시간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평소 신뢰하는 레시피 값으로 채우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두 레시피 모두 제조사 카드들과 함께 오레아 드리퍼 허브에 모여 있습니다. 12종을 한 화면에서 훑기에는 이쪽이 가장 빠릅니다.
아이스 한 건은 따로 읽어야 한다
12종 중 한 건은 아예 뜨거운 커피가 아닙니다. Orea Clarimento Iced는 17g에 92°C 물 160g, 비율 1:9.4, 850~900µm 중간 분쇄로 2분 15초입니다. 서버가 비어 있는 게 아니라 얼음 위로 농축액이 떨어지는 구조라서 비율이 유독 진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같은 이름의 Orea Clarimento Hot은 물 온도 92°C와 굵게 가는 기조를 그대로 두고 1:16.7, 15g에 250g으로 갑니다. 같은 원두로 이 둘을 연달아 내려 보시면 오레아의 빠른 베드가 '시간을 줄이고 농도를 두 배로 올렸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꽤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어디서 시작할까
- V3를 쓰고 기본값이 필요하다면: OREA V3 Base One. 12g에 200g, 96°C, 2분 30초. 작고 뜨겁고 빠릅니다.
- V4를 쓰고 기본값이 필요하다면: OREA V4 Easy Does It. 16g에 260g, 94°C, 3분. 분쇄가 다소 고르지 않아도 버티는 관대한 레시피입니다.
- 양을 넉넉하게 내리고 싶다면: Orea V4 Standard의 18g에 288g이 이 기구 레시피 중 가장 큰 도징입니다.
- 라이트 로스팅에서 클래리티를 밀어붙이고 싶다면: 490µm에 93°C인 뵐플 레시피가 좋은 틀입니다.
표가 알려 주지 않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Easy Does It이라는 같은 이름의 항목이 둘인데, 도징은 16g으로 같지만 물 총량이 V4 카드는 260g, 다른 하나는 200g입니다. 손에 익은 대로 붓기 전에 지금 연 레시피가 어느 쪽인지 한 번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오늘 바로 내려 보기
- OREA V3 Base One — 12g / 200g, 1:16.7, 96°C, 2분 30초
- OREA V4 Easy Does It — 16g / 260g, 1:16.3, 94°C, 3분 00초
- Orea V4 Standard — 18g / 288g, 1:16, 93°C, 3분 00초
- Martin Wölfl WBrC 2024 — 17g / 270g, 1:15.9, 93°C, 2분 20초
- Orea Clarimento Iced — 17g / 160g, 1:9.4, 92°C, 2분 15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