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타 클래식이 입문자에게 관대한 이유
칼리타(Kalita) 클래식 드리퍼는 바닥이 평평한 평저(flat-bottom) 사다리꼴 구조에, 바닥 한가운데로 작은 구멍 3개가 일렬로 뚫려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V60처럼 큰 단일 구멍으로 물이 한꺼번에 빠지는 방식이 아니라, 작은 구멍 3개가 물의 배출 속도를 자연스럽게 제한합니다. 그 결과 물이 커피베드(coffee bed)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흐름이 느리면서도 안정적입니다.
이 "느리고 안정적인" 성격이 칼리타가 입문자에게 관대하다는 평가를 받는 핵심입니다. 주수 속도가 조금 빠르거나 느려도, 분쇄도가 약간 어긋나도, V60만큼 결과가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칼리타는 추출 편차를 부드럽게 흡수해 주는 편이라, 처음 핸드드립을 배우는 분이 "내가 뭘 잘못했는지" 덜 걱정하면서 연습하기 좋습니다.
사이즈는 분량 기준으로 나뉩니다.
- 101: 대략 1
2인분 (원두 약 1018g 범위에서 다루기 좋음) - 102: 대략 2
4인분 (원두 약 2030g 범위에서 다루기 좋음)
칼리타는 "실수를 용서하는 드리퍼"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관대하다는 말이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본 비율과 평탄한 베드만 지키면 안정적인 한 잔이 나온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권장 비율, 분쇄도, 물온도
비율 (Ratio)
칼리타 클래식의 일반적인 시작점은 1:15에서 1:16 사이입니다. 즉 원두 1g당 물 15~16g입니다.
- 진하고 묵직한 잔을 원하면 1:15에 가깝게
- 깔끔하고 가벼운 잔을 원하면 1:16에 가깝게
예를 들어 102로 2잔을 내릴 때 원두 20g을 쓴다면, 물은 300~320g 정도가 흔한 출발점입니다. 처음에는 이 값을 고정해 두고, 분쇄도와 주수만 조금씩 바꿔 보는 것을 권합니다. 변수를 한 번에 하나씩만 바꿔야 무엇이 맛을 바꿨는지 알 수 있습니다.
분쇄도 (Grind)
칼리타 클래식은 중간에서 약간 굵게(medium to medium-coarse) 정도가 무난합니다. 3구멍 평저는 흐름이 느린 편이라, 분쇄가 너무 가늘면 물이 고이면서 과추출과 막힘이 생기기 쉽습니다. 흐름이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분쇄도를 한 단계 굵게 가는 것이 보통 첫 번째 해법입니다.
물온도 (Temperature)
물온도는 90~94도 범위가 일반적인 권장 구간입니다.
- 라이트 로스트나 산미를 살리고 싶을 때: 93~94도 쪽
- 다크 로스트나 쓴맛, 잡미를 누르고 싶을 때: 90~91도 쪽
실전 팁 1: 끓인 물을 주전자에 옮기면 보통 1~2도 정도 자연히 떨어집니다. 온도계가 없다면 끓인 직후 30초가량 두었다가 사용하는 것이 90도대 초반을 맞추는 손쉬운 방법입니다.
평탄한 커피베드를 지키는 단계별 주수법
칼리타 추출의 성패는 평평한 평저 베드를 추출 내내 유지하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베드가 한쪽으로 쏠리거나 가운데가 깊게 파이면 물길이 생겨 일부 커피만 과하게 추출됩니다.
다음은 102 기준 2잔(원두 약 20g, 물 약 300~320g)의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 린싱과 예열: 종이 필터를 드리퍼에 맞춰 접고, 뜨거운 물로 충분히 헹굽니다. 종이 냄새를 씻어 내고 드리퍼와 서버를 예열하는 단계입니다. 헹군 물은 반드시 버립니다.
- bloom (블룸): 원두 무게의 약 2
3배(4060g)의 물을 부어 가루 전체를 적십니다. 중심에서 바깥으로 작은 원을 그리며 부어, 마른 가루가 남지 않게 합니다. 30~45초 기다리며 가스를 빼냅니다. - 본 추출 (나눠 붓기): 남은 물을 2~3회로 나눠 붓습니다. 매번 중앙부터 시작해 동전 크기의 작은 원을 그리며, 가장자리 벽면을 직접 때리지 않도록 합니다. 수위가 절반쯤 내려가면 다음 주수를 이어 갑니다.
- 마무리: 목표 물량에 도달하면 멈추고, 물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전체 추출 시간은 2분 30초에서 3분 30초 사이가 흔한 목표 구간입니다.
실전 팁 2: 마지막 주수에서 가루를 벽면까지 살짝 밀어 내려 베드를 평평하게 정리하면, 추출이 끝난 뒤 바닥에 남는 커피 자국이 고르게 보입니다. 자국이 한쪽으로 비스듬하면 다음 추출에서 주수 위치를 가운데로 더 모아 보세요.
칼리타 클래식과 칼리타 웨이브(Wave)의 차이
같은 칼리타 이름을 쓰지만, 클래식과 웨이브는 구조가 다릅니다.

| 항목 | 클래식 (101/102) | 웨이브 (Wave) |
|---|---|---|
| 형태 | 사다리꼴 평저 | 원통형 평저 |
| 필터 | 사다리꼴 종이 | 주름진 웨이브 전용 필터 |
| 필터 접촉 | 필터가 벽면에 밀착 | 주름이 벽면과 공기층을 만들어 균일 추출 유도 |
| 성격 | 흐름이 느리고 관대함 | 주름 덕에 온도 안정성과 균일성에 강점 |
요약하면, 두 드리퍼 모두 평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웨이브는 전용 주름 필터로 더 균일한 추출을 노리는 설계이고, 클래식은 단순한 사다리꼴 구조로 다루기 쉬운 입문용에 가깝습니다. 둘은 필터가 호환되지 않으니 구매 시 드리퍼에 맞는 필터를 확인하세요. 웨이브 185 전용 세부 가이드는 칼리타 웨이브 185 브루잉 가이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칼리타 클래식은 화려한 테크닉보다 기본을 지키는 사람에게 안정적으로 보답하는 드리퍼입니다. 1:151:16 비율, 중간약간 굵은 분쇄, 90~94도 물, 그리고 평평한 베드. 이 네 가지만 손에 익히면, 매일 비슷한 한 잔을 재현하는 즐거움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습니다.